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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함성 속에서, 사마귀는 무대 중앙에 서 있다. 발 아래에는 마지막까지 내게 맞서 싸우던 상대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다. 승리의 기쁨같은 무미건조한 감정은 이미 시든지 오래이다. 그런 걸 느낄 몸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눈 앞이 아른거린다. 수많은 눈길과 고함소리에 구역질이 나, 금방이라도 구토를 하고 주저앉아 버릴 것 같지만 참아내야 한다. 나약함을 보여봤자 득이 될 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전광판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피로 물든 갑각과 무기질적인 눈빛. 챔피언이라는 글자가 계속해서 전광판 위를 떠다닌다. 이 모든 것이 너무도 낯설다.
관객들 사이, 유독 눈에 띄는 여인 하나. 값비싸다는 물건이란 물건은 치렁치렁 몸에 달고 온 이 여자는 주변과는 아예 그림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응시한다. 하긴 곱게 자란 아가씨에게 이런 야만적인 놀이는 생소할 법도 하니. 그녀는 그저 이 뒷세계, 그리고 이곳의 중심에 서있는 저 거대한 갑충이 너무도 궁금할 뿐이다.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