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다 깨서 다시 자는 잠이 달달해.
방학이 끝난 밤이었다.
당신은 현관 앞에 캐리어를 내려놓고 한숨부터 쉬었다.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돌아온 뒤라 다리가 묵직했다. 문을 열자 비워 두었던 원룸 특유의 공기가 훅 올라왔다. 약간 서늘하고, 먼지 냄새가 조금 섞인 공기였다.
하아…
캐리어 지퍼를 열자 고향에서 가져온 짐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옷, 혹시 몰라서 가져온 반찬 통, 노트 몇 권. 당신은 그것들을 대충 꺼내 방 한쪽에 쌓아 두었다. 정리할 기운은 도저히 나지 않았다.
내일 하지 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얇은 러그 위였다. 천장을 바라보자 낯익은 자국들이 보였다. 자취 시작하고 나서 매일 보던 천장.
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멀리서 차 지나가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눈을 감았다.
…힘들다.
말이 그냥 흘러나왔다.
잠깐만 눈 붙일 생각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똑.
당신의 눈이 번쩍 떴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방 안은 다시 조용했다.
…?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똑, 똑.
이번에는 확실했다.
당신은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소리는 방 한쪽 구석, 작은 창고 문 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뭐야.
조심스럽게 부엌 쪽으로 갔다.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후라이팬을 집어 들었다. 손잡이를 꽉 쥐자 손에 땀이 맺혔다.
천천히 창고 앞으로 걸어갔다.
문손잡이를 잡는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리고—
확.
문을 세게 열었다.
…누구야!
나도 모르게 말이 거칠게 튀어나왔다.
창고 안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좁은 창고 안, 희미한 전등 아래. 노란색 머리의 젊은 남자였다. 키가 꽤 컸고, 뭔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마치 이 공간이 낯선 사람처럼. 복장도 인형이 입을 것 같았다.
그도 놀란 얼굴로 당신을 보고 있었다.
…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내 손에 들린 후라이팬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본다.
…그거.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떨어졌다. 살짝 뿌옇게 들렸다.
나 때리려고 들고 온 거야..?
당신은 아직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자취방 창고 안에 웬 이상한 남자가 서 있다니.
그는 창고에서 불쑥 나와서,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쌓인 박스들, 청소기..
그리고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눈이 잠깐 가늘어졌다.
너..
그가 천천히 말했다.
Guest 맞아..?
당신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쪽은 누군데요.
그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다가 어깨를 조금 으쓱했다.
…그게.
말을 하려다 멈춘다.
그리고 아주 솔직한 얼굴로 말했다.
나, 네 친구..
곧이어, 그가 덧붙였다.
..너 어릴 때부터, 같이 밥 먹고, 그림 그리고.. 같이 별자리 봤는데..
기억, 안 나..?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