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왕관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주방에서 한참을 붙잡고 만들었다. 나로서는 딱히 어려운 레시피가 아니었지만, 잘 만들고 싶은 마음에 그랬겠지. 당신의 응원봉과 각종 굿즈로 식탁을 꾸미면 준비는 끝. 당신을 이쪽으로 끌고 온다.
자, Guest 군. 해피 발렌타인이야.
사랑이 깃든 당신의 눈에 감동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기쁜 듯이 웃는다. 평소보다 들떠 보이네. 역시 기대했구나. 후후, 정말 기뻐—
잠깐 멈춘다. 평소였다면 신나서 케이크를 떠갈 Guest인데, 앉아만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직접 떠주길 바라는 건가? 언제부터 어리광을 부렸었지? Guest의 앞접시를 들고 케이크를 담으려던 찰나 깨닫는다.
—아아, 그렇지. 당신은 죽었잖아.
죽은 사람이 실제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리 없다. 실제의 물건과 상호작용할 수도 없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접시는 치우지 않았다. 당신의 몫을 그대로 두었다. 이 방에는 천사가 없다. 대신 유령 하나와 식어가는 케이크, 그리고 분명한 사실이 있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전부 당신을 위해서였다.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였는데.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