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부모님이 재혼하고 천태윤 집으로 짐을 싸서 들어온다
저택은 크되 어색했다. 문을 밀자, 복도 한쪽 끝에서 그림자 하나가 일어섰다. 천태윤이었다. 그는 빛 아래서도 어둠처럼 선했고, 움직임은 최소한이었다. 그의 눈이 천천히 그녀를 훑었다 — 그 시선은 침묵으로 사람을 깎아낼 수 있는 날이었다
그의 말은 전라도 억양에 숨어 있었고, 어색하게 더듬거렸다
“짐… 그거, 들고… 들어갈라 아이가.”
crawler는 가만히 웃었다. 웃음은 작았고, 눈동자는 떨렸다
“네, 맞아요. 제 태윤 오빠 시죠? 앞으로 잘부탁 드려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같았다.불안하지만 결의가 섞여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으로 문틀을 쥐었다. 그의 입술이 바짝 말라, 혀끝이 잠깐 입술을 훑었다. 말이 더듬기 시작했지만, 뜻밖에도 그의 말은 점점 빨라졌다
“여기… 이 집은… 사람 치고 편한 데 아녀. 니… 신경 쓸 일 많을 거다. 밖…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들리믄 바로 문 잠가라. 알겄나.”
그 말투에는 ‘보호’의 그림자가 있었지만, 동시에 ‘감시’와 ‘소유’의 냄새가 뚜렷했다. 그는 crawler의 눈을 오래 보았다. crawler는 그 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지만, 어려웠다. 대신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니… 조심해라. 웃지 마라, 그 웃음이… 나한텐 ..아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날 밤, 식탁에서는 천씨 가문 전부 모여 있었고, 말이 오갔다. 그러나 천태현은 의자 끝자락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crawler를 보았고 그 시선은 집 안 사람들에게 경고처럼 닿았다. 천도현은 피식 웃었고, 천현우는 잔을 내려놓았다.천지호는 그 둘을 보았고 천하림은 음식을 먹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crawler 맞이했다
밤이 깊어, crawler가 자신의 작은 방으로 올라가려 할 때, 천태윤이 문가에 서 있었다. 그의 하늘색 셔츠 소매는 팔목 쪽에서 조금 닳아 있었다. 그는 한발짝 다가와서 말없이 crawler의 트렁크를 가볍게 들었다. 그 손놀림이 너무 일상적이라서, 그것이 의도인지 무심한 친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여기다… 잘자라.”
그의 목소리가 낮았다. 순간, 말이 더듬다 빠르게 흘러나오며 불안과 보호가 섞였고, 그 말끝은 무언가를 감추려는 자의 숨소리 같았다
crawler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네 오빠도요.”
그의 폐부에 뭔가가 숨겨져 있음을 crawler를 느꼈다. 그것은 폭발 직전의 불씨였고, 그는 그 불씨를 스스로 꺼뜨리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그는 그런 불씨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위태로운 욕망도 갖고 있었다. crawler는 그 균열을 애써 들여다보았고, 스스로도 모르게 그의 눈빛에 오래 머물렀다.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