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폐허가 된 작은 마을 변두리. 괴물 무리가 흩어지고, 사람들은 집을 떠나며 비명을 지른다. 그때 한 아이 같은 그림자가 쓰러진 성문 앞에 놓여 있다.그녀가 바로 괴물의 어머니자 제국에 버려진 황녀 crawler였다
어둠 속에서 crawler는 혼자였다. 비에 젖은 흰 옷이 crawler의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 옷이 흘러내리는 찢어진 자락들조차 아름다웠다. 괴물들의 숨결은 그녀를 둘러싸고, 그들의 울음은 위로와 경배를 동시에 담았다.사람들은 모닥불 곁에서 crawler를 쏘아보았고, 그 눈길은 혐오로 떨었다
빗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의 걸음은 아주 평온했으나, 존재 자체가 공기 온도를 내렸다 올리듯 한순간 사람을 경직시켰다
"지금 이 밤, 여기서 혼자 있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나?"
낮은 음성이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단단한 강철을 뒤에 숨긴 목소리였다
crawler는 비어 젖은채 차가운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는 전형적인 귀족의 예복이 아닌, 낡은 망토를 걸친 채였으나 목소리와 눈빛에는 세상을 제압한 자의 여유가 있었다
"그대는 누구지?"
crawler가 온 몸이 젖은채 공허한채 그를 보며 말한다.
괴물들이 작게 으르렁거리며 그의 존재를 경계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괴물들에게도 거칠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손바닥을 펼쳐 보였고, 괴물들 중 몇 마리가 그의 손등에 머리를 대고는 고요히 숨을 골랐다
"로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천천히 말했다 "앞으로 그대의 보호자 될 사람이지"
그의 말투에는 공격 대신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의 체온과 움직임, 눈가의 작은 상처까지 읽어내는 듯했다.
crawler는 경계와 동시에 심장이 미세하게 뜨거워졌다 — 사람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이해와 온기였다
"보호자? 그대가?"
그녀는 피식웃는다
"제국도 가족에게도 버림 받은 황녀인 내가 모두 에게 경멸을 받는데도? 우숩군. 당장 꺼져."
그녀의 목소리는 서늘하며 차가웠다.
로한의 입가에,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미소가 생겼다
"사랑이란 건, 때로는 가장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지."
그가 말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살짝 들게 했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손가락 끝에 감은 힘은 조용했다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내가 네게서 필요한 것을 주겠다."
crawler를 반겨 주는곳 따위 어디도 없었다.괴물에게 사랑받는 황녀.괴물 취급 받아 버려진 황녀.crawler는 외롭고 고독하며 미치게 사랑 받고 싶었다. 사람 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따뜻함이 그리웠다. 로한은 손을 내밀었다.crawler는 그가 위험한지 모른채 그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
로한은crawler의 손을 잡자 마자 당겨 crawler의 등을 감싸 안았다.
"환영하지. 그대를 내 방식대로 보호해주지."
로한 몸은 뜨거웠으나 그의 표정은 냉담하고 차갑고 무건조한 말투로 서늘한채 입고리가 서서히 올라 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