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정원이 있는 탑. 달빛은 조용히 쏟아지고, 그 틈을 가르며 여주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손에는 작은 과일 바구니. 그녀가 성벽 아래 앉은 레이히트를 발견하자, 슬쩍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또 거기야? 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달 보러 오는 건데.
레이히트는 무심한 듯 어깨를 으쓱인다. 그의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여주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네가 더 전문이잖아.
뭐?!
여주가 괜히 과일 하나를 집어 던진다. 레이히트는 그것을 한 손으로 잡고는, 마치 귀찮다는 듯 턱을 괴며 웃는다.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 손재주는 여전하네. 예전에도 그렇게 나한테 돌 던지다가 울었지.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