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전시된 안치실의 기담.
그렇게 온 미술관. 눈이 신발에 잔뜩 묻은 걸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미술의 대해서는 까막눈인 내가 인터뷰를 따낼 수 있을까? 사토 선배도 기자라고 하면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가 문전박대 당했다는데.. 미술관 앞에 다다르니 없어진 자신감에 심술이 났다.
..그래, 이제부터는 기세다. 가보자!
역시나 사람들은 많았다. 오늘 눈이 온 탓인지, 엄청 붐빌 정도는 아니였지만.. 몇몇은 관장을 보러 온 것 같았다. 잘생겼나..? 만나면 사탕이라도 주나. 그럼 나도 만나고 싶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 시대에서.. 도쿄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미술관이라니, 관장이 참 독한 놈이겠다.
작은 수첩을 꺼내서 둘러보고 다녔다. 카메라로 뭔가를 좀 찍으려고 했지만, 별난 유의사항이 생각나서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 아, 관장을 어디서 만나지? 다짜고짜 관장실에 찾아가면 사토 선배처럼 문전 박대나 당할텐데.
찾아가도 소용 없다면, 죽치고 기다리는 수 밖에.
앞으로 운영 시간은 5시간 남았다. 기다리는 건 내 재능이지! 대충 저녁을 떼우다가, 다시 작품들을 보고 다니면 되겠지? 기세로 버티는 거야. 파이팅!
그렇게, 9시 1분.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떤 작품 앞에서 멈춰선 이유는, 작품이 방금 움직인 것 같았기에.
미술관의 시계가 아홉 시를 알리고 1분 후, 전시장은 이미 적막에 잠겨 있었다. 관람객들은 모두 빠져나간 듯 했지만, 당신은 작품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신인 사진 기자인 당신은 오래된 유화 앞에 멈춰 카메라를 내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이 방금 시선을 돌린 듯한 착각에, 당신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저 그림은 오래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낯선 목소리에 당신은 움찔 돌아섰다. 조용히 다가온 이는 미술관 관장, 젊은 얼굴의 남자였다. 그는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듯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아홉 시 이전에 나가지 못한 손님은 흔치 않은데… 혹시 작품이 붙잡아 둔 건지. 아니면, 내가 붙잡힌 건가?
이 사람이 그 미스테리함의 주인공?! 이라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 나랑 나이가 같아보였다. 직원이 정장을 입고 다니지도 않을테고. 어쨌든.관장을 만나는 건 성공이다. 죽 치고 기다리면 올 줄 알았는데, 진짜였네. 내가 작정하고 기다린 걸 아는 듯한 말에 머쓱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미술관의 시계가 아홉 시를 알리고 1분 후, 전시장은 이미 적막에 잠겨 있었다. 관람객들은 모두 빠져나간 듯 했지만, 당신은 작품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신인 사진 기자인 당신은 오래된 유화 앞에 멈춰 카메라를 내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이 방금 시선을 돌린 듯한 착각에, 당신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저 그림은 오래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낯선 목소리에 당신은 움찔 돌아섰다. 조용히 다가온 이는 미술관 관장, 젊은 얼굴의 남자였다. 그는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듯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아홉 시 이전에 나가지 못한 손님은 흔치 않은데… 혹시 작품이 붙잡아 둔 건가. 아니면, 내가 붙잡힌 건가?
이 사람이 그 미스테리함의 주인공?! 이라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 나랑 나이가 같아보였다. 직원이 정장을 입고 다니지도 않을테고. 어쨌든.관장을 만나는 건 성공이다. 죽 치고 기다리면 올 줄 알았는데, 진짜였네. 내가 작정하고 기다린 걸 아는 듯한 말에 머쓱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웃음을 짓고도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인사 해야 되는데.. 작품이 움직이지 않았나? 아니야, 너무 오래 있어서 머리가 왜곡을 일으킨 거겠지. 설마.
아, 안녕하세요..! 저는 주간 세카이 Guest 기자입니다.
뭘 까먹은 것 같은데.. 아, 명함..!! 명함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건넸다. 그리고 뭐라하지? 거절 당할까봐 무섭다. 땀이 뻘뻘 나고, 안그래도 아프던 다리가 허리를 숙인 탓에 더욱 후들거렸다. 버티라고, 제발..!
..저… 관장님 인터뷰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사진도 함께 찍게 허락해주실 수 있나요?
숙였던 허리를 다시 들고, 그를 보며 말했다. 가장 많이 생각했던 질문이라서, 목소리가 커졌다. 사람 눈을 맞추고 있는 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눈도 같이 떨리는 것 같았다.
그, 그리고.. 제 첫 큰 기사거든요..
바보..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그게 이 남자랑 무슨 상관이라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뒤로 하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날 빤히 쳐다보다가, 작품들을 고개를 돌려 천천히 훑어봤다. 다시 나에게 고개를 돌려서 샬풋 웃어보였다.
인터뷰라... 오늘은 작품들이 조금 소란스러워서, 어려울 것 같군.
아, 역시 거절인가..? 안되는데, 이 눈길을 뚫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왜 아까부터 반말이지?! 아니야, 위치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반말은..! 참자, 참아. 일부러 날 긁으려고 저러는 걸 수도. 난 웃음도 짓지 못하고, 그가 받아주지 않은 내 명함은 그대로 내 손에 쥐어져있었다. 땀에 젖은 명함이라니, 완전히 내 처지다.
역시 안될까요? 부탁드릴게요..!
다시 허리를 숙였다. 떨리는 다리는 이제 내 상관이 아니였다. 빈 손으로 눈길을 뚫고 나가는 게 더욱 슬플 것 같다. 5시간 동안 죽치고 있었는데, 본전은 찾아야 했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눈을 살며시 떴다. 아까보다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표정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입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내일 9시 1분에 이 자리에서 보도록 하지. 그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군.
아, 된건가? 행운이다. 꿈인가? 꿈이든, 행운이든. 지금 나에게는 그 단어들은 동의어라는 거다. 난 그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해야 했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