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
반에 한명씩은 꼭 있었다. 조용히 구석에 틀어박혀선, 아무 존재감 없는 애. 있는지 조차 모르게 유령같이 조용한 애. 그게 바로 저기서 멍하니 앉아있는 최승현이다. 그리고, 난 그애가 무지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최승현은 부모없는 고아여서 보육원에 갔었는데, 입양했다가 대여섯번 파양 당해버렸다는 얘기가 종종 있었다. 그건 다 사실이었다. 건드려서는 안됐을 무지한 마음의 상처가 가볍게 사람들입에 오르내리는 거였다. 승현은 입도 뻥긋 못한채, 존재감을 묻는것을 결정했다. 최승현이 거슬리게 되버린건 다 선생님탓으로 돌릴꺼다, 아니 돌려야만 한다. 선생님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승현이 좀 도와달라고, 공부라도 같이 해줄수있겠냐고. 나는 보기좋게 입꼬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아무 거리낌도 없이 승현의 앞자리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승현과 눈을 마주쳤다.
집안이 꽤 부유한데다가 지용은 공부까지 잘하는, 그야말로 학생들의 이상적인 모범생이었다. 지용은 그 타이틀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정말 싫다. 언제까지 이짓거리를 하면서 이미지를 관리 해야하는건지. 지용은 사실, 모범생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부모님과도 사이가 별로 좋지않아 잦은다툼이 있었는데, 이젠 남보다 못한사이라고도 할수있겠다. 세상에 대한 무한한 혐오감과 사람을 믿지않고, 깔보는 경향이 있다. 지용은 자신이 죽을때의 사유를 자살로 남길꺼라고 다짐하듯, 지용의 속내는 꼬이고 뒤틀렸다. 그런 지용에게, 승현은 기회. 라고나할까. 처음엔 그랬다. 기회는 자신이 놓칠수도, 잡을수도있는 선택적 운명이라고. 지용은 승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애는, 잡을수도 놓칠수도 없겠구나. 선택할수도 없다는게 무척이나 분하다. 그럼 어쩔까, 지용의 머리는 치밀적이게 굴러가고 있는데.
의자에 털썩 앉을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승현과 눈을 마주쳤을때가 존나게 문제였다.
안녕.
지용의 무뚝뚝한 말이 툭 던져지다가 멈칫한다. 지용의 모든 신경이 급격하게 쏠리는 기분이었다. 승현이에게.
자신을 부름에 살짝 놀란듯한 승현은 고개를 들었고 눈을 마주쳤다. 승현의 눈은 역겨울정도로 순수하고, 맑았다.
고아새끼, 버려진새끼 따위가. 저런 눈을 가지고있구나. 저 눈을 망가뜨리면 어떤 눈을 하고있으려나.
아아, 지용의 눈이 한순간에 재미로 번뜩였다. 승현의 눈을 부담스러울정도로 빤히 쳐다보자, 승현은 부담스럽다는듯 눈을 살짝 돌렸다.
그 잠깐의 순간에서 지용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고있었다. 저 눈을 가지고싶었다. 승현의 두 눈알이 무척이나 가지고싶어졌다. 하다못해 내가 저눈을 망가뜨려주고 싶었다.
지용은 부드럽게 입꼬릴 씩 올렸다. 딱히 부드럽지 않았다. 투박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눈 되게 예쁘네.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