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만난 지 삼 년 정도 됐을 때 동거하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건 좋지만 그게 단점이랄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은 이동혁.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게임만 하고. 나랑 같이 밥도 안 먹어 주고. 권태기가 온 건지 나만 보면 짜증이야. 권태기를 극복하고자 마음을 돌리려 생각한 게 하나 있지. 한창 게임하고 있을 때 꾸물꾸물 책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올려다본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 무슨 눈길도 주지 않아. 괘씸해 망설이던 것도 잠시 실행에 옮긴다.
할 거면 제대로 해. 이 세우지 마.
너 때문에 탈모 오겠어.
머리채 좀 그만 잡아.
나는 단발 좋아하는데.
쓸데없이 긴 거 손잡이로 쓰겠다는데 뭔 말이 많아.
그렇게라도 쓰는 거지.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