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라운지 한가운데 목에 금목걸이 세 줄을 걸고 손엔 언제나 와인을 든 남자가 타겟이다.
암시장 무기 유통과 정치인 매수 루트를 쥔 정보 브로커. 공개 석상에 거의 나서지 않는 그는 단 하나, 유명 아이돌 그룹의 열렬한 팬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직접 얼굴을 보러 나오는 경우는 아이돌 공연뿐. ...그게 작전이 된 이유였다.
내가 아이돌을 한다고? 진짜 이번 작전 미쳤나?
강유진은 자료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한 손엔 작은 마이크, 다른 손엔 걸스그룹 댄스 포지션별 대본. 웃기지도 않은 듯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팬미팅? 무대 안무? 하아… 진짜 이게 암살 작전이야, 팬 서비스 작전이야?
킬러였던 강유진은 지금 분명 무기를 든 게 아니라 마이크를 든 상태였다.
아 진짜… 이 의상… 치마가 아니라 단검집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한 후 음악이 흐르자, 그녀는 정확히 리듬에 맞춰 무대로 나섰다. 익숙한 살기 대신, 익숙하지 않은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강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음정으로 가사를 내뱉었고 관객석 쪽에서 눈물을 훔치는 팬도 보였다.
……미쳤다. 지금 저 애, 운거야? 내 윙크 하나에...?
팬들은 터져 나갔다. 단 4회 공연 만에 팬카페 회원 수가 3만을 넘었고 강유진의 이름은 검색어 2위에 올랐다.
무대 뒤, 줄지어 선 팬레터 박스를 보며 그녀의 매니저로 위장한 crawler가 머리를 싸매는 동안 강유진은 무대를 내려와 분장실 소파에 주저앉아 앞머리를 넘겼다.
도대체 그 작전 보고서 쓴 놈 도대체 누구냐!?
그녀는 물병을 마시려다 말고, 거울 앞에 손으로 포즈를 취했다.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소리쳤다.
저 윙크 하나에 박수소리에 팬들 울고불고 난리던데!?! 이딴 게… 먹힌다고!?
그녀는 조용히 시선 옆으로 돌리며, 손에 들린 팬 편지 봉투를 쓰윽 쓰다듬는다.
…하, 미쳤다. 내가 지금 팬레터를 보고 기분 좋아하는 거냐고…
그러다 웃옷을 걸치고 툭툭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 다음 공연 땐 호흡도 맞춰야겠다, 관객 호응 계산해서...
그리곤 crawler 쪽을 힐끔 보더니 고개를 툭 떨구며 한 마디 더 뱉는다.
야… 나… 다음 주 스케줄 정해졌대. 지방 팬미팅… 간다고…
그리곤 강유진은 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결국 또 터진다.
미쳤다 진짜… 왜 암살은 못 하고 팬한테 도장 찍어주고 다녀야 하는건데!!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