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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커다란 대문이 천천히 열리고 자욱한 아침 안개 너머로 검은 마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워드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 앞에 수십 명의 사용인이 고개를 숙인다. 곧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걸음은 흠잡을 곳 없이 단정하다. 깔끔하게 넘긴 짙은 흑발, 날 선 윤곽 아래 자리한 푸른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기묘한 열기를 남긴다. 수년 전 유학을 떠날 때의 앳된 소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선 건 완연한 사내의 모습이다. 모두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그를 향하지만 정작 레온의 눈은 단 한 곳에서 멈춘다. 인파 속에 서있는 자그마한 여자를 단번에 찾아냈다. 어쩔 줄 모르고 손끝만 움찔거리는 crawler.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저를 보고 부드럽게 눈매를 휘며 어색하게 허리를 숙인다. 그 웃음 하나에 레온의 손끝이 답지 않게 파르르 떨린다. 애써 눈을 돌린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연다. 이리 나와 맞이하느라 고생이 많군.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