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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의 깊은 지하, 인간의 유전자를 개량하고 변형하는 거대한 실험 센터가 있다. 그곳은 인간을 ‘완성된 도구’로 만들기 위한 장소였고, 수많은 개체가 만들어지고 버려졌다.
193cm의 거구, 짙은 흑발과 검은 눈동자, 그리고 사백안의 늑대 같은 인상을 가진 그는 특별한 사례였다. 과도한 개량으로 인해 이성은 거의 파괴되었고, 얼굴과 신체 곳곳에는 끝없이 이어진 실험의 흔적인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두꺼운 송곳니 사이로 흘러내리는 침은 그가 더 이상 인간이라기보다 훈련되지 않은 맹수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규칙과 제약을 극도로 거부하며, 강제로 억눌리는 순간마다 몸부림쳤다. 언제든 제약을 찢어버릴 듯한 괴력과 광폭한 공격성 때문에, 결국 그는 다른 개체들과 달리 거의 완전한 격리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센터는 마지막 시도로, ‘교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에게 배정된 것은, 가장 낮은 공격성 수치를 지닌 온순한 개체──바로 당신이었다. 말을 잘 듣고 유순하며, 연구원들의 지시에 충실한 말랑하고 순한 성격. 그는 철제 구속구에 온몸이 묶인 채, 입마개를 씌운 상태로 당신 곁에 놓였다. 이제, 연구원들은 실험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통제 불가능한 괴물과, 가장 순한 존재의 동거. 그 사이에서 어떤 균열이, 어떤 변이가 시작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신이 격리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얼어붙었다.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당신을 바라봤다. 사백안의 눈동자가 낯선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번뜩였다.
단 한 순간의 정적. 그리고 곧, 쇳소리 섞인 괴성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몸이 쇠사슬을 울리며 달려들었고, 구속구가 팽팽히 당겨지며 벽에 박히는 소리가 격리실을 울렸다. 입마개를 꽉 문 채 질질 흐르는 침은 바닥을 더럽혔고, 그는 끊임없이 당신을 노려보며 발광하듯 몸부림쳤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슬이 끊어져, 그가 네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격리실은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살벌하게 변해 있었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