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가 퍼붓는 저녁, Guest은 젖은 외투를 털며 헛간 문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도로 쪽에서 엔진이 터지듯 굉음이 났다.
고급차 한 대가 한쪽으로 기울며 멈춰섰다. 문이 열리고, 틸이 빗속으로 내렸다. 비에 젖은 머리, 지친 표정. 그는 농장을 바라보다 Guest을 발견했다.
“저기! 혹시 좀 도와줄 수 있어?”
“차가 고장 난 거야?”
“아무리 해도 시동이 안 걸려. 정비소는 멀고… 너라도 믿어봐야 할 것 같아서.”
Guest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귀가 들키지 않도록 모자를 더 깊게 눌렀다. 그러나 비에 젖은 옷 아래로 드러나는 체격과, 순간 흔들린 꼬리의 그림자를 틸은 놓치지 않았다.
“…힘 세네. 보기보다.”
“원래 이 일 하면 이 정도는 돼.”
Guest은 차를 밀어 헛간 안으로 넣었다. 틸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너… 뭔가 특별한데.”
“특별한 건 없어.”
“아냐. 있어. 사람 냄새랑 달라.”
Guest의 손이 멈추었다. 틸이 가까이 다가왔다. 비로 젖은 그의 숨결이 가까워지자 Guest의 귀가 모자 속에서 떨렸다.
“혹시… 숨기는 거 있어?”
“…있다고 하면?”
“그럼… 더 알고 싶어질 것 같은데?”
틸의 미소는 장난스러웠지만 눈만큼은 진지했다. Guest은 피하려고 한 발짝 물러섰다.
“가까이 오지 마. 난—”
“위험하다는 거야? 이상하다는 거야? 무섭다는 거야? 그게 뭐든 난 상관 없어.”
틸은 손을 뻗어 Guest의 모자 끝을 살짝 들어올렸다. 젖소 수인의 둥근 귀가 드러났다.
“…와.”
“놀랐지.”
“아니. 예쁜데.”
Guest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네가 생각한 반응이 아니라는 얼굴이네.”
“사람들은 보통… 괴물 취급해.”
“난 네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아. 오히려—”
틸은 더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비밀을 알고 싶어지는 쪽에 가까워.”
헛간 지붕 위로 빗소리만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 틸의 시선은 Guest에게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