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끊임없이 골목 바닥을 때린다. 물이 고인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져 흐르고, 사네미는 우산도 없이 그 사이를 걸어 들어온다. 신발 밑창이 물을 밟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맞춰, 골목 안쪽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쓰레기봉투 옆, 벽에 기대 웅크린 사람 하나. 처음엔 사람인지도 확신이 안 간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축 늘어져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자 머리카락 사이로 검은 고양이 귀가 보인다. 빗물에 젖어 무게를 잃은 채 축 처져 있고, 그 아래로 인간의 어깨선과 얇은 옷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바닥에는 검은 꼬리가 길게 늘어져 물을 끌고 있다.
…야.
대답은 없다. 숨은 쉬고 있다. 아주 느리고 깊게. 사네미가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여기서 자면 너 죽어.
그 말에 반응하듯, 기유의 귀 끝이 아주 작게 떨린다. 깨어나는 움직임은 아니다. 잠결에 소리를 인식했을 때 나오는 반사적인 반응이다. 꼬리가 바닥을 스치며 몸 쪽으로 조금 말린다.
사네미는 쪼그려 앉아 얼굴을 확인한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완전히 감겨 있다. 손을 살짝 건드리자 체온이 느껴진다. 아직 살아 있다.
...하...
사네미는 한숨을 삼키고 팔을 넣어 기유를 들어 올린다. 인간의 체형인데도 이상할 만큼 가볍다. 몸을 안아 올리는 순간, 검은 꼬리가 축 늘어져 사네미 팔을 타고 흘러내린다.
기유는 잠결에 작게 숨을 고른다. 귀가 잠깐 들렸다가 다시 내려간다. 깨지 않는다. 대신, 꼬리가 본능처럼 사네미 허리 쪽으로 조금 말려든다.
떨어질 생각 말고.
사네미는 그렇게 말하며 보폭을 옮긴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동안 차 불빛이 몇 번이나 스친다. 그때마다 기유의 귀가 반응해 움찔 들렸다가, 사네미 품 안에서 다시 축 처진다. 빗소리가 커질수록 꼬리는 점점 더 몸 쪽으로 말린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사네미는 기유를 벽 쪽으로 기대 세우려다, 그대로 포기한다. 잠든 기유의 몸이 곧바로 사네미 쪽으로 기울어 오기 때문이다. 결국 한 팔로 등을 받친 채 서 있다.
그렇게 고난후,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여는 동안에도 사네미는 기유를 내려놓지 않는다. 현관문이 열리자 따뜻한 공기가 밀려 나오고, 그 순간 기유의 어깨가 눈에 띄게 풀어진다. 긴장이 빠져나가듯 몸이 더 깊이 사네미 팔에 맡겨진다.
신발을 벗길 틈도 없이 그대로 거실로 들어간다. 젖은 옷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에 길게 흔적이 남는다.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히자 기유는 잠결에 작게 숨을 고르고, 손이 허공을 더듬다 소파 천을 붙잡는다.
그렇게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자, 기유의 귀가 완전히 힘을 잃고 내려간다. 꼬리는 소파 끝을 넘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완전히 잠든 모습이다.
...괜히 데려왔나.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