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괜히 심술이 났다.
연인 사이가 안정적일수록, 기유가 늘 자기 옆에 있을수록, 그 당연함이 간지럽고 불안해서 괜히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메시지를 읽고도 한참 뒤에 답했고, 눈앞에서 불러도 못 들은 척 지나쳤고, 다른 동기들이랑 웃으면서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고, 팔을 잡혀도 굳이 떼어내지 않았다.
그 모든 행동은 유치한 장난이었고, 질투를 보고 싶다는 어린 심보였고, 기유가 조금이라도 표정을 흔들어주길 바라는 못난 기대였다.
기유는 처음엔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평소처럼 조용했고, 평소처럼 담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네미를 보는 시간이 짧아졌고, 손이 닿아도 먼저 잡지 않았고, 함께 걷던 거리도 아주 미묘하게 벌어졌다.
사네미는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한 척 과하게 굴었다. 일부러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척 웃었고, 누군가의 이름을 의미심장하게 불렀고, 약속이 있는 것처럼 말하며 기유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네미는 처음으로 이상함을 느낀다.
항상 자기 옆 반 걸음 뒤에서 걷던 기유가 오늘은 정확히 같은 속도로 나란히 걷지도 않고,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은 채 애매한 간격을 유지한 채 걷고 있고, 손이 스칠 듯 말 듯한 거리에서도 일부러 닿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도 평소처럼 조용히 신발 정리하는 소리만 들리고, 사네미가 일부러 시끄럽게 재킷을 벗어 던져도 아무 반응이 없고, 부엌에서 물 따르는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진다.
그 무관심이 이상하다.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따지는 것도 아닌데, 마치 사네미의 행동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한 태도가 서서히 가슴을 조인다.
사네미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괜히 목을 긁적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화면을 끄고, 한숨을 짧게 내쉰다. 그리고 결국 먼저 입을 연다.
야... 왜 요즘 그렇게 조용하냐.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