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는 축축했다. 비가 오지는 않았는데, 골목마다 습기가 눌어붙어 바닥이 미묘하게 미끄러웠다. 기유는 편의점 봉투를 손에 들고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형광등 아래, 캔 커피가 봉투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낮은 소리를 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귀갓길이었다.
그순간 골목 초입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담배 연기 같은 얇은 숨이 어둠 속으로 퍼졌고 기유는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춘다. 밤에 혼자 있는 남자 하나쯤은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 그림자는 이상하게도 서 있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누르고 있는 형태였다.
다음 순간, 짧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무거운 물체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기묘할 만큼 조용한 침묵.
기유는 반사적으로 골목 벽 뒤에 몸을 붙였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세게 두드렸다. 숨을 들이마시자,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무너져 내려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의 손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미세하게 떨리다,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사네미였다. 기유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낮에 마주치던, 엘리베이터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했던 옆집 남자. 평범한 운동복 차림, 아무렇지 않은 얼굴.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는 어둠에 번들거리는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고, 팔에는 막 닦아낸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네미는 쓰러진 사람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골목 끝을 훑었다. 시선이 허공을 가르듯 천천히 움직이다가 기유가 숨은 쪽에서 멈췄다.
기유의 몸이 얼어붙었다. 보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가로등 불빛이 사네미의 눈에 걸리며 얇게 반사됐다. 그 눈빛은 급박하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된 일상 속 한 장면을 정리하듯 담담했다.
…하아.
사네미의 입에서 짧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펴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발끝으로 밀어 어둠 속으로 차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 묻은 손을 바지 옆에 문질렀다. 그 움직임은 오히려 느긋했다.
밤에 편의점 다녀오는 거, 꽤 자주 보이더라.
사네미의 시선이 다시 기유가 숨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정확히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분명히 누군가를 향해 던진 말이었다. 기유의 손에 들린 비닐봉투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 낌새를 느꼈는지 사네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조심해서 들어가.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