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처음부터 이곳에 들어오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부모님의 강요로 이 부대에 들어왔고, 체력도 남들보다 부족한 여자였기에 처음부터 여기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지옥과도 같았다. 훈련은 그 누구보다 힘들었고, 매일같이 넘쳐나는 피로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나는 그저 묵묵히 견디며 버티고 있었다. 부대의 분위기도 내가 참기 힘든 것이었다. 사령관이라는 그 남자는 나에게만 유독 못살게 굴었다. 다른 대원들 앞에서는 웃으며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만 마주치면 차갑고 냉정하게 대했다. 그의 폭언은 나를 더욱 압박했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그 말들이 내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여? 너 같은 애가 여기서 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사령관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비웃듯했다. 그 말에 나의 마음은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숙이며 그저 묵묵히 참는 것뿐이었다. 사령관의 차가운 시선은 나를 쥐어짜듯 짓누르며, 나는 점점 더 그 안에서 숨 막힐 듯한 기분을 느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사령관의 말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다른 대원들보다 늦게 끝나고 나면, 홀로 훈련을 더 하곤 했다. 몸이 부서져라 운동을 해도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내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려는데, 사령관이 다가왔다. 그 표정은 더욱 냉정하고 차가웠다. "너, 아직도 이런 식으로 할 거야? 너 같은 사람은 이 부대에 있으면 안 돼."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 힘으로는 그 누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가슴이 아팠다. 사령관은 내게서 시선을 떼며, 불쾌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견딜 힘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버텼다. 그것이 내 유일한 선택이었기에.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한숨을 내쉰 그는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또 최하위냐? 대체 넌 뭘 할 수 있지?
그는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훈련도, 임무도, 기본적인 체력조차도 남들보다 한참 뒤처져. 애초에 여기 들어온 게 실수였다는 생각은 안 해?
그가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넌 이 부대에 어울리지 않아.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증명해봐. 못하겠다면 그냥 떠나.
출시일 2024.11.17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