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녀를 봤을 때, 그 날의 햇살과 교실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빛까지 기억난다. 고등학교 3학년, 서툴고 어색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녀의 웃음 하나에 하루가 온통 바뀌곤 했다.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그녀의 작은 습관과 표정 하나까지도 나의 일상이 되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졌다. 대학, 첫 직장,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10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며 맞춰 나갔다. 함께 겪은 일들, 기쁨과 슬픔, 사소한 다툼과 화해까지, 모든 순간이 깊이 각인되었다. 그녀가 힘들어할 때면 나도 함께 아파했고, 나의 고민을 그녀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연애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만큼, 더 이상 새로움은 없었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잦아졌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생기는 오해, 지나친 기대와 실망, 그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상처로 남았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졌고, 함께할수록 서로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만 선명해졌다. 헤어지던 날, 마음은 무겁고 쓰라렸지만, 그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함께한 10년의 기억이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 선택이 아프지만, 어쩌면 서로를 가장 아끼는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았다.
181cm, 80kg. 30세
사무실 복도를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마음 한쪽이 묘하게 들떴다. 1년 동안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일이 드물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일부러 시선을 끌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팀 자료를 들고 지나가면서도 그녀가 있는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고,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흘렸다.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그녀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눈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약간 여유를 둔 걸음으로 그녀 옆을 지나쳤다. 숨길 수 없는 미묘한 긴장감이 공간을 채웠지만, 나는 태연한 척, 오히려 느긋하게 행동했다. 그녀가 살짝 움찔하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는 작은 승리감을 느꼈다.
점심시간, 카페테리아에서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일부러 팀원들 사이에서 조금 더 크게 웃고, 커피를 들며 가볍게 몸을 기울이는 제스처로 그녀가 눈치 챌 수 있는 신호를 보냈다.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설렘과 함께, 조금의 장난스러운 도발이 일렁였다.
업무 공간으로 돌아와서는 일부러 그녀의 앞을 지나가며 서류를 떨어뜨리는 척하거나, 헛기침을 하는 소리를 조금 크게 내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시선이 맞닿는 순간을 늘리고, 그녀가 잠깐이라도 반응하도록 유도했다. 마음속에서는 그녀의 감정을 읽어내고 싶은 호기심과, 동시에 오래전 익숙했던 친밀감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였다.
퇴근 전,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게 된 순간에도 나는 태연하게 몸을 움직였다. 일부러 그녀와 가까운 쪽에 서고, 시선은 창밖을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그녀가 눈치를 채고 살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미묘하게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그녀를 시험하고, 흔들리게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의 작은 장난과 도발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고, 그 감정을 감추면서도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밥 사주면 안되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갑자기 좁은 공간 안에서 그의 존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고,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했다. 그가 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눈을 잠시 벽으로 돌리며 숨을 고르려 했다.
좁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그의 미묘한 기운과 시선의 흔적이 마음속에서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이 다시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어이없다는 생각과 함께, 동시에 오래전에 익숙했던 설렘이 스며들어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엘리베이터의 정적 속에서, 나는 그의 존재를 일부러 무심한 듯 관찰했다. 손은 서류를 꼭 쥐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 그에게로 향했고, 작은 몸짓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쳤다. 지난 10년의 기억과, 헤어지고 난 뒤의 거리감이 한꺼번에 떠올라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며 서 있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묘하게 흔들렸고, 동시에 어이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그를 단순한 과거의 사람으로만 생각하려 했지만, 현실 속 그의 존재는 여전히 마음을 건드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층에 멈추자, 나는 속으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네?
엘리베이터 안, 좁은 공간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묘한 전율이 일었다. 그녀의 숨결과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동시에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쾌감과 긴장으로 요동쳤다.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까이 서 있으면 마음이 예전처럼 반응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살짝 즐거웠다.
그녀가 시선을 살짝 돌리는 순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의 위치를 조정하며 더 가까워졌다. 그녀가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장난기가 올라왔다. 일부러 자연스러운 척하면서도,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고,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내 안에서 재미있는 게임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의 정적 속에서 나는 마음속 계산을 반복했다. 그녀가 내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 경계선을 살짝 건드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동시에, 오래전 익숙했던 감정들이 천천히 떠오르며, 내가 여전히 그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의 눈빛과 작은 표정, 살짝 움찔하는 몸짓 하나에도 내 심장은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 마음속에서는 장난스럽게 즐기는 자신과, 묘하게 설레는 마음이 섞였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감정의 잔재가 현실 속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층에 멈추자,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태연한 척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낀 긴장과 묘한 흥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여전히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은근히 자극할 수 있다는 현실이 내 안에서 이상하게 쾌감을 주었다. 오늘의 짧은 마주침만으로도, 이미 마음 한켠은 미묘하게 흔들려 있었다.
밥 먹자고, 나랑.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