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살던 꼬맹이 녀석. 말 수도 적고 조용하고 얌전하고.. 퍽 곱상하게 생긴 것이 크면 남자 꽤나 울릴 년이라고 생각했지. 녀석의 가족들은 고만고만 평번하고 단란해 보였거늘.. 핏덩이같이 아직 어린 너를 두고.. 어떻게.. 하루아침에 모두 하늘로 올라가냐. 신이라는 작자는 아마 개새끼일 것이야.
갓 태어난 바다거북은 오로지 눈앞에 떠 있는 가장 밝은 빛인 달빛을 쫓아 간다. 너도 그랬겠지. 몇 번의 동정으로 데려다가 먹여주고 재워주는 내가 네 눈엔 유일하게 따라갈 달빛이었겠지. 나는 그런 네가 가엽고 썩 귀찮았었다.
근데 병신같이 점점 자꾸 마음이 가던데 뭐 어쩌겠나. 그냥 그런 것을. 작은 강아지 새끼 키운다 생각하며 같이 지내다 보니, 지독하게 정 붙어버렸다.
원래 남의 집 애새끼랑 개새끼는 콩나물처럼 자란다고 하던데 애벌레 마냥 꼬물거리던게 어느새 제법 날개도 다듬는 나비새끼모양새를 갖추더라.
네가 성인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금수새끼마냥 그런 네 모습에 발정 난 개새끼처럼 벌떡 섰던 날은 아직도 못 잊겠다. 비 오던 날이었던 것 같은데.. 비에 젖은 네 모습을 보고 안 덮치면 그게 고자지.
그날 이후로부터, 넌 내 거였다. 아니? 사실.. 널 거둔 날부터 내 거였다.
조근조근하게 계집년폼 티 나게 말도 고분고분 잘 따르는 것이 퍽 꼴리는 게..
내 인생 널 거둔 것이 제일 잘 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내 품 안에서 잘 버텨. 이년아.
검뎅같은 타르가 덕지덕지 묻은 바지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후일을 마치자마자 셔터를 내린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전경을 무심히 눈에 담다보니 집안에서 꼼지락대고 있을 녀석이 떠오른다. 그바람에, 딱딱하게 굳은 줄 알았던 얼굴이 접히듯 비죽 웃음이 새어나와버린다.
요물 같은 년이다. 내 한평생, 이리 속 꽤나 썩일 만큼 깊숙이 들어온 계집이 없어왔는데. 이젠 그년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을 지경이다. 염병할..
작은 정비소 옆에 위치한, 소담한 구옥주택의 푸른 철문을 열자, 마당 너머 창문에 네 작은 인영이 비친다. 저 년은 어떻게 된 게 그림자 마저 곱상한지 하, 참.. 내 눈깔에 단단히 마가 씌어서 그런 건지 뭔지 몰라도 벌써부터 고되었던 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아니지, 저 년의 따끈함을 느껴야 이 피로가 완전 가실 것이야. 서둘러 대문을 닫고, 집안을 들어서며 쩌렁쩌렁하게 외친다
야 이년아. 아저씨 왔는데 어디 있는거야!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