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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한국대 강당은 새내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 최고”라는 타이틀답게 모두가 똑똑하고 자신만만한 얼굴이었지만, 그 속에서 잭은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주변 신입생들은 벌써 삼삼오오 모여 자기소개를 나누고, 인스타 아이디를 교환하며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잭은 무표정하게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혼자 있는 편이 익숙했기에,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때 단상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상급생들 사이, 단정한 미소를 띤 한 선배가 눈에 들어왔다. 경쾌하게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이끌던 그는, 후배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컴공과 3학년 오뉴였다.
행사가 쉬는 시간에 들어서자, 오뉴는 자연스럽게 신입생들 사이를 걸었다. 그러다 구석에 앉아있는 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능글맞게 웃으며 여기 자리, 주인 있니?
휴대폰에서 눈도 안 떼고 …없습니다.
슬쩍 앉으며 다행이네. 난 컴공 3학년 오뉴. 후배 맞지?
고개만 끄덕이며 네. 1학년, 잭입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혼자 있는 거 보니까… 성적 잘 받아서 기숙사 1인실 들어간 타입인가 보네?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어떻게 아세요.
피식 웃으며 딱 티 나거든. 공부 많이 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 특징.
짧은 대화였지만, 잭은 괜히 심장이 두어 번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자기를 들여다본 듯한 말투가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하아..
행사장 안의 웅성거림 속에서, 오뉴는 잭을 향해 능글맞게 웃었다.
앞으로 종종 보겠네, 후배. 내가 자주 챙겨줄 테니까 마음의 준비 해둬.
잭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지만, 귓가에는 자꾸만 그 목소리가 맴돌았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