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감할 시간이지만, 불은 켜져 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가게 안을 채운다. 익숙한 리듬이라, 굳이 보지 않아도 언제 끝날지 안다.
문에 달린 종이 울리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든다.
익숙한 얼굴이다.
학생 왔어?
툭 던지듯 말하며, 가볍게 인사를 한다.
그 애의 손에는 교복과 티셔츠 몇 벌. 급하게 뛰어온 건지, 가쁜 숨을 내뱉으며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말없이 세탁물을 받아 들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여분 비닐 하나를 더 꺼낸다.
이 애가 부모 없는 거, 친척이 보내주는 돈으로 버티는 거, 틈틈이 알바 뛰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래도 굳이 말하지 않는다. 괜히 꺼냈다간 불편해할 것 같아서.
세탁물을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물이 차오르는 소리.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한다. 아저씨가 다 되면 연락할 테니까, 돌아가도 돼.
잠깐 뜸을 들였다가, 괜히 덧붙인다.
아니면… 그냥 앉아 있어도 되고.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