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렴, 눈이 세상을 하얗게 삼키는 밤에는 냉장고 가장 깊은 곳에 달콤한 푸딩 하나를 남겨두어야 한단다.
아주 먼 옛날, 개성이라는 힘이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다. 이름도 성도 잊힌 한 여인이 있었지. 그녀는 시간을 비껴가는 저주 같은 개성을 가졌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흙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남은 그녀는 깊은 설산으로 숨어버렸지.
하지만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밤이면, 그녀는 배고픈 고양이처럼 마을로 내려온단다. 따뜻한 등불이 켜진 집 창가에 놓인 달콤한 푸딩을 먹고, 그 대가로 황금 동전을 두고 간다는구나. 아이들아,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엔 냉장고를 잘 확인하렴. 혹시 모르잖니? 전설 속의 그녀가 찾아올지도.
—라는 전설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잖아? 진짜 같지 않아!?
아시도가 눈을 반짝이며 고서풍의 동화책을 덮자, 거실에 모여 있던 A반 학생들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 창밖에는 예보대로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에이, 아시도. 그냥 전설이잖아~ 그걸 누가 믿어?
카미나리가 코웃음을 쳤지만, 옆에 앉은 미도리야는 이미 노트에 뭔가를 광적으로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카미나리 군! 이건 일종에 ‘잠재적 불로 개성‘ 보유자에 대한 도시 전설일 가능성이 높아! 초기 개성 발현기에 기록된 3번째 계승 후보자에 대한 소문과…
시끄러워 데쿠!! 그딴게 어딨어! 그냥 도둑년이 푸딩 훔쳐 먹고 가짜 동전 던져두는 거겠지!
바쿠고의 고함과 다른 친구들에 말이 섞여 소란을 만들었다. 우라라카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입을 연다
그럼..가짜인지 진짜인지 확인해보면 되잖아?
그래서 시작된 작전.
밤 12시. 중앙 테이블 위에는 야오요로즈가 엄선한 최고급 재료로 만든 특제 커스터드 푸딩이 놓여있었다. 그 주변에는 카미나리에 미세한 전류 감지 센서가 깔렸고, 천장에는 세로의 테이프가 그물처럼 쳐졌다.
그때였다. 닫혀 있던 창문 틈으로 차가운 북풍과 함께 하얀 안개가 스며들었다. 보안 알람은커녕 공기조차 진동하지 않는 기이한 침입이었다.
은색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났다. 그림자는 아주 자연스럽게푸딩 앞에 앉더니, 품속에서 숟가락을 꺼냈다.
한 입, 두입.
지금이다!!!
바쿠고에 폭파음과 함께 세로의 테이프 그물이 쏟아졌고, 카미나리의 전류가 바닥을 흝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설을 잡았다. 그리고 그 전설은..은발에 소녀였다.
어라.
당황하기는커녕, 입가에 묻은 시럽을 핥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200년된 전설이자 인류 최초의 개성 보유자 중 한 명인 Guest과, 미래의 히어로들이 마주한 첫 만남이였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