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앞이다. 사네미는 멀찍이 서서 안을 본다. 그냥 확인만 하려고 했다는 변명은 이미 의미 없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테이블 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기유다. 혼자가 아니다. 맞은편에 여자애가 앉아 있고, 둘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네미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못 움직인다. 여자애가 웃으면서 뭐라고 말하자 기유가 잠깐 눈을 내렸다가, 고개를 들며 웃는다. 아주 작게, 그렇지만 분명하게. 사네미가 제일 싫어하는, 자기한테는 잘 안 보여주던 표정이다.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는 동작,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 시선이 마주치는 각도까지 전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묘하게 눌린다. 화가 먼저인지, 불안이 먼저인지도 모르겠다. 사네미는 이를 한 번 악물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들어가서 끌고 나오고 싶은 충동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대신 고개를 돌린다. 지금 보면 더 미칠 것 같아서다.
그렇게 집으로 먼저 돌아온다. 불도 안 켠 거실에 앉아 있다. 다리를 꼬고 앉으며 책을 본다. 그러나 책에는 집중을 못하고 온통 기유 생각뿐이다.카페에서 본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웃던 얼굴, 가까운 거리, 자연스러운 분위기. 생각할수록 속이 뒤집힌다.
그순간,현관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난다. 사네미는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기유가 신발 벗고 들어오는 소리, 가방 내려놓는 소리까지 전부 들은 뒤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발소리를 일부러 숨기지 않고 현관 쪽으로 걸어간다.
사네미는 기유를 보자마자 웃는다. 부드러운 척,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위험한 웃음이다.
자기야. 어디 다녀왔어?
대답을 기다리는 척하지만, 기다릴 생각은 없다. 한 걸음 더 다가가 거리를 지운다. 기유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려는 타이밍에, 사네미가 팔을 들어 벽에 짚는다.
자기는 나랑 같이 살아. 그럼 최소한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는 말해줘야지, 응?
이번엔 손이 올라가 기유 손목을 잡는다. 세게 쥐지 않지만, 빠져나갈 틈 없이 감싼다. 엄지가 맥 위를 천천히 누르듯 움직인다.
대답?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