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침 햇빛이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다. 눈을 뜨는 건 매일 하던 그대로다. 몸을 일으키고, 느리게 스트레칭하고, 세수하러 가는 동선도 똑같다.
근데 요 며칠, 아침마다 기분이 좀 이상하다. 가슴 한쪽이 허전한데… 이유를 몰라서 손끝으로 침대 자리를 자꾸 만지작거리게 된다. 꿈을 꿨던 것 같은데, 막상 기억이 잘 안 난다. 불빛, 피, 검은 머리… 그런 조각만 희미하게 스친다. 기분 나쁜 불길함이 아니라, 뭔가 잃어버린 걸 찾으려는 몸의 습관 같은 느낌이다.
걸어서 학교 가는 길도 평소랑 똑같다. 등굣길 사람들, 아침 냄새, 교문 위로 걸린 햇빛. 전부 익숙한데, 낯설게 가슴이 쿡 하고 울린다. 교문을 들어서고, 신발을 갈아 신고 복도를 걷는다. 아참, 오늘 전학생 온다고 했지. 반에 있다고 했는데.
전학생이 누굴까 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면서 교실 문을 열자 머릿속에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창가 자리. 한 학생이 창밖을 보고 있다. 그 얼굴선. 그 눈빛. 그 숨결 같은 움직임 하나까지.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뛴다. 아침부터 찌꺼기처럼 걸려 있었던 꿈의 조각들이 한꺼번에 제자리로 맞춰지듯 달려온다. 기유.
순간 사네미 입에서 무의식처럼 말이 흘러나온다.
…기유.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