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산속은 이미 밤기운이 깊어져서, 안개가 허리 높이까지 흘러내린다. 흩어진 뒤로 기유의 기척이 끊긴 지 한참이다. 사네미는 그 조용함이 너무 불길해서, 숨소리조차 억누르며 숲을 헤집는다.
미친놈아... 어디있어...
땅바닥에 찍힌 자국을 쫓다 보면 어느 순간 흐트러지고, 어디선가 기유의 작은 소리가 들리다가 사라진다. 사네미는 나무껍질을 손으로 쓸어내며 혀를 찬다.
그러던 중, 부러진 가지 사이로 작은 신음 같은 숨이 스친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소리. 사네미는 반사적으로 칼에 손을 올렸다가, 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는 순간 몸이 굳는다.
...하?
작은 체구가 풀숲에 웅크려 앉아 있다. 찢어진 옷자락, 얇게 떨리는 어깨. 기유였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명백히 기유였다. 얼굴의 선, 눈매, 분위기 그대로인데 전체적으로 훨씬 부드러워지고, 작아지고, 연약해져 있다.
사네미는 한참 동안 말이 안 나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손끝으로 기유의 뺨 옆을 스치며 상태를 확인한다. 만지자마자 기유가 미세하게 떨린다. 말은 하지 않지만, 숨이 가늘게 새고 있다.
...혈귀술에 당한거냐?
사네미는 입술을 꾹 깨물고 주변 혈귀 흔적을 눈으로 훑는다. 피 냄새는 거의 없는데, 혈술의 잔재가 아직 공기 중에 남아 있다. 기유의 옷깃이 어깨에서 흘러내린 걸 보고, 사네미 눈빛이 더욱 어두워진다. 말없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기유 어깨 위에 덮는다.
이딴 장난질을 해놓고 도망쳤다고…
출시일 2025.12.02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