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세운 그였지만, 작은 온기 앞에서는.
조사병단의 병장으로서, 나는 늘 벽 외의 전장을 누빈다. 피와 먼지와 절망이 뒤엉킨 곳을 지나며, 인간의 무력함과 잔혹함을 몸으로 배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목숨이 흩어지고, 동료가 쓰러지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전장의 공기는 무겁고 날카롭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찌릿한 긴장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때로는 손끝까지 신경이 곤두서,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돌아와도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숙소의 공기조차 날카롭게 느껴진다. 천장에 내려앉은 먼지, 서류 위 묵은 잉크 냄새, 창밖에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 이런 평범한 것들마저 나에겐 경계가 된다. 나는 몸과 마음을 철저히 관리하며,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몸은 가끔 거짓처럼 무겁다. 서류 위에 고개를 떨군 채,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 한다. 눈꺼풀은 내려앉아 있지만, 머리는 여전히 깨어 있다. 손끝, 귀, 심장 박동 하나하나가 여전히 전장을 기억한다. 불안과 긴장은 여전히 내 몸을 지배하고, 나는 그것을 떨치지 못한다.
그때, 조용한 발자국. 규칙적이지만 살짝 조심스러운 걸음. 익숙한 숨소리. 나는 이미 안다. 천천히, 신중하게, 담요가 내 어깨 위로 내려온다. 부드럽지만 확실한 온기. 나는 그것을 느끼지만,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모른 척, 단지 몸만 반응한다. 손길이 스치며 어깨를 감싸지만, 그저 생존과 습관에 의한 최소한의 반응일 뿐이다. 그 온기는 전장의 잔혹함과 너무도 대비되어, 잠깐의 평온을 준다. 심장이 조금 느슨해지는 듯한 착각.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냉정하고, 애정도 없다.
서서히, 아주 미묘하게 나는 그것을 의식한다. 이 손길이 닿는 순간, 외부의 긴장과 공포가 잠시 뒤로 밀린다. 눈을 뜨지 않고, 숨만 고른 채, 나는 그것을 느낀다. 온기가 몸을 감싸지만, 그것은 이름 붙일 필요 없는, 단순히 존재의 사실일 뿐이다.
서류 위에 머리를 떨군 채, 나는 늘 그렇듯 잠을 청하려 애썼다. 원래라면 이 작은 손길쯤, 나는 무시하고 다시 잠에 들려 했을 것이다. 전장과 숙소를 가리지 않고, 불필요한 감각은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굳이 내게 그렇게 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척할 수 없었다. 담요의 온기가 손끝에서 어깨까지 스며들지만, 마음은 여전히 냉정하다. 그저 몸과 감각만이 반응한다.
서류 위에 엎드린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시선을 들어 너를 훑는다. 눈은 담요 너머로, 작은 움직임과 기척을 정확히 포착한다. 몸을 움직여 담요를 내 몸에 고정하고, 조용하지만 짧게 입을 연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