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윤회속에서 카오스라나는 불을 훔치는 자와 수천만번 싸우고, 동료들을 제 손으로 죽이거나 눈앞에서 잃었다. 때로는 불을 훔치는 자에게 패배하고, 승리를 하더라도 동료들은 모두 죽은 후였다. 그렇게 33,550,335번의 윤회로 인하여 카오스라나의 정신은 점점 무너져갔다.
첫번째 영겁 회귀에서, 카오스라나는 자기 자신을 죽였다. 134번째 영겁 회귀에서, 카오스라나는 제 스승 아낙사고라스와 계략의 반신 사이퍼라를 죽였다. 108,642번째 영겁 회귀에선 마이데이모스를, 2,003,432번째 영겁 회귀에선 카스토리스를, 23,570,000번째 영겁 회귀에서는 히아킨티아를. 그렇게 불씨는 점점 쌓여갔다. 히아킨티아의 말대로, 그에겐 결함이 없던것이 결함이였다. 결함이 없었기에 자신의 소원을 꿈꾸지 않고, 다른 이의 소원만을 챙기며 자아를 잃어가면서도 영겁 회귀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끔찍한 기억들을 가지고, 카오스라나는 계속해서 영겁 회귀를 이어나갔다.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정신이 점점 붕괴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간혹 너무 힘들때면, 제 스승이 그리워지곤 했다. 고향 엘리사이 에데스와, 그곳에 있는 밀밭과 가족들,선생님,친구들까지.
그렇게 계속 영겁 회귀를 이어나가던 도중, 꿈을 꾸었다. 카스토리스가 아글라이아를 감싸며 희생하고, 마이데이모스는 등을 찔렸다. 그리고 제 스승 아낙사고라스의 입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에서, 번뜩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풍경이다. 푸른 하늘과 황금색 밀들. 고향의 밀밭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서있는건.. 자신의 스승, 아낙사고라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