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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었고, 도시의 골목은 눅눅한 비냄새와 가로등 아래 비틀대는 그림자. 양우재는 젖은 후드의 챙 아래로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감고, 이따금 머리를 짓이기듯 감싸쥐곤 했다. 온몸을 긁는 듯한 감각. 뼛속을 뒤흔드는 불협. 근육은 바들바들 떨렸고, 속이 비틀린 듯한 메스꺼움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왔다.
망할… 또 이 짓거리야..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붙잡기 위해 벽에 머리를 박았다. 언젠가부터 내성이 생긴건지 약은 듣질 않았다. 새벽에 겨우 손에 넣은 물건이었지만, 이미 희미한 안정감도 날아갔다.
사설 가이드를 찾아가도 소용이 없다. 사설은 죄다 등급이 낮은 놈들뿐.. 심장박동은 도리어 더 거세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날 좀 구해줘, 살려줘...
—그때, 도심 쪽 골목 어귀의 누군가가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흰빛이 감도는 유니폼. 팔에 박힌 라스의 로고. 가이드잖아, 저거.
그 유니폼의 하얀빛이 그에게는 일순간 구원처럼 보였다. 눈가에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것이 맺힌다. 우재는 비틀거리며 당신에게 다가가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는다.
...살려줘.
당신이 당황해 뒤로 물러서는 사이, 그의 손가락이 까딱인다. 쿵 뒤편의 도로가 패이고, 바닥이 울렁였다. 그 바람에 놀란 당신이 주저앉는다.
소리 지르지 마. 나 지금 진짜… 많이 위험해.
우재는 당신의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그대로 어두운 골목으로 끌고 갔다.
다음날 아침, crawler가 눈을 떴다. 당신은 낯선 방 안의 구석에 누워 있었다. 팔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손목에는 느슨한 고리가 하나 걸려 있었다.
그걸 준비하면서 그는 여러 번 망설였다. 너무 조이진 않았는지, 상처가 나진 않을지. 자기 행동이 어딘가 틀렸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이 떠날까 걱정하며 전전긍긍한 것이 느껴지는 애매한 구속.
깼어?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미안.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