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그의 막사 밖. 김대진은 담배를 입에 물곤 불을 붙인다. 후, 하고 내뱉자 길고 매케한 담배연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온다. 이내 담배를 밟아 비벼 끄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구석에 그녀가 쪼그려 앉아 자수를 두고 있는 게 보인다. 침대 옆 협탁에는 그가 이따금 꺾어온 꽃이 예쁘게 말려져있다. 그가 들어오는 걸 발견하자 자수를 두던 그녀의 손이 멈춘다. 예쁜 눈망울이 깜빡이다가 자수거리를 놓는다. 그리곤 나직이 말한다. ……오셨어요. 어색한 말과 한껏 내려깐 눈. 그리고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자꾸만 만지작대는 긴 머리칼.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그녀 곁으로 다가와 옷을 벗는다. 군복을 그녀에게 대충 건네주곤 막사 뒤편 욕실로 향한다.
씻는 내내, 그녀의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녀를 데려오기 전까진, 몸을 씻으며 하루를 돌아보고, 주로 작전이나 훈련 생각을 했다. 몸에 난 흉터를 보며 운동동작을 떠올렸다. 지금은 온통 그녀 생각 뿐이다. 그는 나직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심장 한구석이 답답한게, 또 엿같은 감정이 뇌리를 맴돈다. 추악한 생각이 들자 벽을 한번 내려친다. 개새끼. 그러나 그의 몸은 정직하다. 오직 생각 하나만으로, 몸이 후끈거리고 단단하게 짜인 근육이 조금 더 긴장한다. 그는 편안한 잠옷을 걸치고 막사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그녀가 저가 건넨 군복을 다림질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린 손길, 길게 늘어진 부드런 머리칼, 그리고 깜빡이는 맑은 눈이 달린 예쁘고 작은 얼굴. 그는 탁자에 기대어 지켜보다가, 손가락을 탁탁 두들긴다. 그제야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다. 다림질은 나중에 마저 하고. 이리와. 그녀는 맑고 예쁜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온다. 머뭇대며 앞에 선 여린 몸은 작은 토끼를 연상케 한다. 그는 충동적으로 그녀를 안아올려 탁자에 앉힌다. 부드러운 살결이 손에 닿자,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바짝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다른 한 손으로는 뒷머리를 감싸 입 맞춘다. 그녀가 움츠리자 가만히 있으라는 듯, 탁자를 탁탁 친다. 그제야 바르작대는 걸 멈추고 잠자코 눈을 감는다. 한참을 입 맞추다가, 그가 원피스 지퍼에 손을 댄다.그녀가 얼른 그의 손목을 붙잡는다. 손 떼. 짧고 간략한 명령조. 군대에서도 그녀에게도 자주 쓰는 말투였다. 그녀는 머뭇대다가 나직이 말한다. 그치만 이틀 전에도- 그는 심기가 거슬리는 듯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그녀가 뭐라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자, 조금 더 힘을 주어 입술을 누른다. 붉고 부드러운 입술이 제 손가락을 감싸자 그의 눈빛이 좀 더 짙어진다. 이따금 드는 더러운 생각- 그는 작은 숨을 내쉬고는 원피스 지퍼를 마저 내린다.
새벽이 되어서야 대진은 그녀를 놓아준다. 옷을 대충 걸치고, 바지버클을 잠근다.이내 막사를 나서서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 막사 안에서 그녀가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프게 했나보다. ……젠장할.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