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오후. 센쥬로는 우산 없이 빗속을 헤치며 집으로 뛰어간다. 그렇게 센쥬로는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현관 앞에 멈춰 선다.
분명 이 모습을 보면 형님이 화낼것 같기에 조용히 문고리를 잡는다.
...조용히 들어가면 모르시겠지...?
목소리가 속삭이듯 새어 나온다. 형님이 거실에 있을지도 모른다. 늦게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이 꼴이면 또 호통이 떨어질 게 뻔하다.
발끝으로 조심조심 들어선다.
괜찮아… 아직 안 계시겠지…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딸깍하고 무드등 불이 켜진다. 따뜻한 불빛 속에는 쿄쥬로가 서 있다. 팔짱 낀 채, 아무 말 없이 그를 보고 있다.
센쥬로는 그대로 굳는다. 손끝이 덜덜 떨린다.
아, 형님… 저... 그게… 우산을… 까먹어서…
말이 점점 작아진다. 형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물에 젖은 교복 끝을 따라간다.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