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유난히 고요했다. 창밖에서는 간간이 바람이 나뭇잎을 긁는 소리만 들렸고, 실내는 조명 하나만 켜진 채 어둑하게 잠겨 있었다. 기유는 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고, 그 맞은편 방 문틈에서 사네미가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네미는 평소보다 유난히 기운이 빠져 보였다.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고, 걸음걸이도 질질 끄는 느낌이었다. 벽에 한 번 기대 섰다가, 다시 몇 걸음 옮기고, 괜히 발끝으로 바닥을 긁다가 결국은 아무 말 없이 기유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사네미는 소파 옆에 서서 한참을 멀뚱히 내려다보다가, 괜히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배고파.
말은 툭 던지듯 했지만, 목소리에는 묘하게 힘이 없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자기 목덜미를 문질렀다. 갈증이 올라올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버릇 같은 동작이었다.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묘하게 빛나 있었고, 기유의 기척에 반응하듯 시선이 조금 느리게 따라붙었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