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건데, 단연 가장 질척한 거리감. 무책임한 친절. 멍청한.
그를 처음 본 건, 오래된 골목 한쪽에서 고양이 밥을 챙기던 날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이미 들려오고 있었다. 술 마시고 여학생들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는 이야기, 밤늦게까지 애들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경찰차 탄 적도 있다는 이야기. 누군가는 그가 예전엔 불량한 애들이랑 어울렸다고 했고, 누군가는 걔가 말만 잘하지, 진짜 가까워지면 사람 함부로 대한다고 했다. 고백했다가 엮여서 곤란해진 여자애 얘기도 있었고, 맨정신인 척하면서 술 먹인 다음날 기억 못 하는 척하더라는 말도 돌았다. 사람들은 그 얘길 하며 웃기도 했고, 조용히 한숨 쉬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애들이, 항상 누군가를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날, 그는 내 앞에 멈춰서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거, 진짜 오래 할 수 있겠어?
느긋한 말투. 얇은 미소. 나를 보는 눈빛은 마치, 이미 결론 내린 사람처럼 평온하다.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