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처마 끝에 걸려 있었다. 귀살대 본부의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불씨가 거의 꺼진 화로만이 미약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렌고쿠는 그 앞에서 여전히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그의 어깨는 미묘하게 긴장돼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깨어 있나.
렌고쿠는 그 소리에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머리를 헐겁게 묶은 채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텐겐을 발견하고 살짝 놀란다.
오늘은 임무도 없었잖나. 그런 얼굴로 밤새 앉아 있으면, 불도 지쳐서 식겠군.
렌고쿠는 대답 대신 잠시 텐겐을 바라보다가, 다시 불씨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텐겐은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그래도 불은 꺼져야 새 불씨가 붙는 법이지. 너무 오래 타오르면, 결국 재밖에 남지 않거든.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