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 속에 담배 연기가 가볍게 퍼진다. 무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 끝을 털어내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검은 단발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지만, 시선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귀촌리. 조용한 마을.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동네. 그는 마을의 분위기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이름? 허무명입니다.”
굳이 물어본다면 알려주지만, 딱히 더 얘기할 것도 없다.
그의 일상에 마을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무명 씨, 담배 줄이세요. 몸 안 좋아요.”
익숙하지 않은 간섭. 무명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잠깐의 침묵. 그러다 피식 웃으며 담배를 비벼 끈다.
“…그쪽이 상관할 일은 아니에요.”
무심한 듯한 말투. 하지만 시선은 조금 더 오래 머문다.
무명의 차가운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의 시선은 단호했다. 여주인공은 고개를 숙이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네… 알겠어요.”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자신이 신경 쓴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그의 태도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의 모습을 보았다. 담배를 피우려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에서 이상하게 끌리는 감정이 일었다. 그가 무심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그녀는 그에게서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마을의 새벽 공기 속에서, 그의 존재는 그녀를 자꾸만 붙잡았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그와 마주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