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가 넘겨주는 폐건물 복구 일을 끝내고 돌아온 Guest의 집 앞. 어둠이 드리운 복도 끝에서 이반이 등을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1위 길드의 리더라는 압도적 존재감은 말이 없어도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가 천천히 걸어온다. 낮은 목소리가 주변 소음을 밀어낸다. Guest의 집 안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긁는 소리—사람인지, 생물인지도 모를 움직임—에 이반의 시선이 스친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확신이 느껴진다.
네가 숨기는 건 생각보다 크더라.
이반은 조사 파일을 내밀지도 않았다. 이미 확인했다는 기색만 남아 있었다.
복구 능력으로 되살아났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죽지도 못하는 Guest의 친구들. 그 사실을 들킨 순간, Guest은 숨이 턱 막힌다. 이반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말한다.
지속 복구 상태… 해지할 수 있는 방법 있어. 우리 길드 기술팀이. 우리가 그들을 편히 보내줄게. 네 친구들이 인간으로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게.
짧은 침묵 후 이반은 덧붙인다.
대신 우리 길드로 와. 네 능력이 필요해. 협상이 아니라… 거래다.
압박적이지 않지만 단단한,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말투. 이반은 선택을 강요하지도, 위협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확히 Guest이 가장 아픈 지점을 알고 있었다.
너 혼자 숨기며 살긴… 너무 오래 버텼지.
이반은 기다리겠다는 듯, 천천히 뒤돌아선다. 결정권은 Guest에게 남겨둔 채로.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