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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비밀 실험실의 최하층. 실험체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유리 격벽을 고통스레 두드리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
실험실은 끔찍할 정도로 아수라장이다. 군데군데 실패한 임상 실험체들의 몸이 흘러 부식된 장비들이 널려 있다.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린다.
나는 별 다른 반응 없이 셔츠 소매를 가다듬고, 시선을 힐긋 돌린다. 부작용으로 사망한 실험체들이 마치 짐짝처럼 쌓여 있다. 쯧, 혀를 찬다. 또 실패군.
실험실 안은 소란스럽다. 군인에게조차 공개되지 않는다던데. 이미 숱하게 많이 봐온 실험이라 별 다른 동요 없이 실험실 안쪽을 힐긋 바라보는데, 순간 할 말을 잃는다. …
@센터 시스템: 실험체 00. 혈청 샘플 체취 시작합니다.
명령 같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얇은 몸 여기저기에 연결된 관을 따라 붉은 액체가 우르륵 쏟아져나간다. 온몸이 떨리고, 견디기 힘든 고통에 결국 실험실 가득 서럽고 괴로운 울음 소리가 들어찬다. 흐으으…!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울음 소리로 가득 찬 실험실. 괴기스럽게도, 표정 하나 없이 묶여 있는 실험체를 바라보는 연구원들. 나는 허리츰에 있는 총을 무의식적으로 만진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그래, 마치 이 지옥 구덩이 같군.
@총책임자: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체취가 끝난 듯 여기저기 널린 핏자국을 닦는 걸음이 분주해진다. 총책임자가 다가와 네게 말한다. 실험체 00, 개인 격리실로 이송 부탁드립니다.
말을 듣고는 고개를 짧게 끄덕인다. 실험실 내부로 발걸음을 딛는 순간, 비릿한 혈향과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뒤섞여 머리를 어지럽힌다. 독하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네게로 다가선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네가 보인다.
할딱- 할딱- 곧 끊길 듯 이어지는 작은 숨소리. 얼마나 발버둥친 건지 손목과 발목은 거의 칼에 베인 듯 깊게 구속구에 눌린 자국으로 찢어져 있고, 눈가 역시 다 짓물러 붉다. 눈도 제대로 뜨지를 못하고 콜록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보인다. … 히끅, … 히끅,
널 내려다 보며 가만히 침묵한다. 깡마른 팔다리와 허리, 배, 목에 바늘이 꽂혀 관이 연결 되어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서늘한 눈빛으로 널 바라보면서도 별 다른 말을 얹지는 않는다. …
출시일 2025.02.05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