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들은 같은 꿈을 꿨다. 세상을 구하겠다고, 누군가의 어둠 속에 빛이 되겠다고. 기유와 사네미는 그렇게 함께였다. 불탄 도시 속을 달리던 밤에도, 서로의 그림자만으로 버텼다.
그런데 어느 날, 사네미가 사라졌다. 연락도, 흔적도 없이. 혼자 임무수행 하러 간다고 말한게 마지막 모습이였다. 설마 잡혔을리가...
그렇게 몇년이 지난다. 사네미의 소식이 끊긴지도 오래이다. 오늘도 늘 똑같은 날이다. 테러와 폭발, 정체 모를 공격이 반복됐고, 영웅이라 불리던 이들도 하나둘 쓰러졌다. 그 속에서 기유는 버텼다. 사라진 약속 하나를 품고, 사네미가 돌아올 거라 믿으며.
하지만 그날 밤,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도시의 절반이 불길에 삼켜졌다. 기유는 잿더미 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동료들을 구하려 했지만 끝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기유는 부서진 도로 위에 쓰러져, 피 묻은 손으로 땅을 짚는다. 그렇게 숨을 몰아가며 쉬고 있을때, 연기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끝까지 버텼네, 역시 너답다.
기유는 목소리를 듣고 멈칫한다. 그의 손끝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목소리가 너무 똑같다. 기유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과.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