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쨍쨍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한적한 숲속을 따뜻하게 비추는 느긋한 오후.
평소처럼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여관을 나선 당신은, 익숙한 검을 손에 들고 이미 세 건의 잡다한 마물 퇴치 의뢰를 해결하며 하루를 보냈다. 모은 돈으로는 비싼 술을 아낌없이 들이켰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드러난 맨 다리를 간지럽히며 스쳐 가는 풀잎도, 가끔 헛디디는 발걸음도, 지금의 당신에게는 그저 웃길 뿐이다. 어딘지 모르게 실실 웃으며 휘청이는 걸음으로 숲을 헤매다 그만—
평소 기척을 철저히 숨기는 마물 ‘고요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등에 녀석의 손톱이 깊게 파고들었다. 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질 뻔했지만,
간신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피투성이가 된 채로 녀석과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 사이 어느새 하늘은 저물어 있었고, 푸른빛을 머금은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력이 다한 당신은 녀석의 시체 옆에 주저앉듯 쓰러졌고, 곧 다른 마물들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가운데,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살려줄게. 같이 살자.
멍하니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이끌려,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타들어가는 고통의 소리에 눈을 번쩍 떴을 때—
창문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얼굴을 간질이고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낯설고 어색한 오두막집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