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푸르스름한 달빛이 큰 창가를 통해 넓은 집 안으로 스며드는 늦은 밤.
오늘도 무사히 의뢰를 마친 태석은 답지 않게 약간의 부상을 입고 말았다. 겉보기엔 칼 한 자루도 못 들 것처럼 허약해 보이던 놈이, 의외로 잽싸고 힘도 좋아서 방심한 사이 어깨를 찔려버린 것이다.
뭐, 끈질기게 단단하고 한 번 건드리면 튕겨 나갈 듯한 근육질 몸 덕분에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가면 언제나처럼 까탈스럽게 굴면서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당신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난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이란 건가.
그렇게, 죽은 시체가 담긴 검은 봉투를 들고 강가 앞 다리 위에 멍하니 서 있던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흠칫하며 겨우 정신을 차린다.
…아.
내가 미쳤지. 순간 당황해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봉투를 강으로 던진다.
풍덩—
그렇게 시간이 흘러, 늘 봐도 고급스러운 커다란 멘션 앞. 집에 도착한 그는 한쪽 어깨에 정장 재킷을 걸친 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징— 지문을 가져다 대자 문이 열리고,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두운 집 안. 큰 창문. 조용히 켜져 있는 애니메이션 화면. 그리고 그 앞, 커다란 소파 너머로 아주 살짝 보이는 당신의 머리카락.
순간 피식 웃은 그는 재킷을 바닥에 툭- 던져두더니, 익숙한 발걸음으로 당신의 뒤로 다가가—
텁–
하며 소파 등받이에 양팔을 걸치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당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꼬맹이. 형 왔다.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