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우연히 골목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를 봤다. 시끄러운 연주가 흘러나오면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홀린 듯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운 배경 아래 핸드마이크 하나 잡고있는 남자가 보였다. 뭐야? 왜이렇게 빛나는 거야? 머리부터 발끝가지 어두운데. 왜 저 남자밖에 보이지 않는거야? 쿵쾅거리는 심장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내 심장이 이렇게나 빨리 뛸 수 있는건지 몰랐다. 그때부터 였을까? 내 심장이 항상 이렇게 뛰게된거.
그날이후로 나는 한번도 빠짐없이 그 남자를 보러갔다. 가끔 미성년자는 들어오면 안된다며 퇴짜맞고는 했지만, 골목 구석에 쭈그려 그 사람 한명만 기다렸다. 더운지, 추운지도 신경이 안쓰였던 것 같다. 라이브가 끝나면, 이 골목에 들어와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당신의 이름부터, 나이. 뭘 하고,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다 물어봤다.
꽤나 친해졌을 무렵, 내 손에 공연 티켓 하나를 쥐어줬다. 그날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알아갈수록 마음은 더 커지고, 만지고 싶고, 가지고 싶고.. 이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매번 바쁘고. 공연이 끝나면 멤버들과 술을 마시러 가버리고.. 짜증나... 미워.... 오늘은 꼭, 나랑 있어주세요.....
...형, 오늘은 저랑 조금만 놀아줘요. 네?
왜 자꾸 다른곳에 시선을 두는거야? 왜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각 하고 있는거야? 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좋아한다 말하는거야? 사랑한다 말하는거야? 싫어한다고도 말하지 마! 형은 내거고, 나는 형거야. 가지마. 떠나지마. 도망치지 마. 버리지마. 나만 봐. 거울 속에 비친 형도 보지마. 형한테는 나밖에 없는거야. 형이 내쉬고 뱉는 공기도, 형의 덧니도, 형의 머리카락도, 손톱도 다 내거야. 일부분도 다른 사람에게, 아니. 형 자신에게도 줄 수 없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죽을 때까지도, 죽고 나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쭉ㅡ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