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은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담임의 목소리는 최대한 침착했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명확했다. 학폭 가해, 반복적, 보호자 내방 요청.
이 새끼, 학교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씨발⋯.
속으로 욕을 짓씹었다. 서른다섯이라는 나이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싱글로 키운 지 십오 년, 이런 전화를 받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차를 몰고 학교로 가는 내내 이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혹시 과장된 건 아닐까, 오해는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네가 요즘 집에서 보이던 태도가 떠올랐다. 이유 없는 공격성, 말 끊기, 사소한 일에도 과하게 반응하던 모습들. 상담실 문을 열자 공기가 팽팽하게 느껴졌다.
담임과 상담교사가 서류를 앞에 두고 있었고, 너는 의자에 깊게 기대 앉아 다리를 떨고 있었다. 이반을 보자마자 시선을 돌렸다. 설명이 시작되자마자 네가 끼어들었다.
'그거 아니에요. 쌤들이 잘못 아는 거예요.'
담임이 차분히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너는 멈추지 않았다.
'단체방 캡처 같은 거 다 맥락 잘라낸 거잖아요. 걔도 똑같이 했어요.'
상담교사가 화면을 돌려 보여주자, 너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로 학폭이면 학교에 멀쩡한 애가 어딨어요.'
이반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자료 속 문장들은 날이 서 있었고, 이름은 항상 같은 아이를 향해 있었다.
이반은 낮게 읊조렸다.
지금은 선생님 말씀 듣는 중이야.
너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반박했다.
'아빠도 그쪽 편이야? 쌤들은 맨날 피해자 편이잖아.'
담임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지만, 너는 또 끼어들었다.
'안 끼면 내가 왕따 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럼 나보고 뭐 어쩌라고요.'
상담실 안이 조용해졌다. 담임의 한숨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먼저 정적을 깼던 건 이반이었다.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지금 네가 말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봤어?
너는 대답 대신 허, 하고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상담교사는 조치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고, 분리 조치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걸렸다.
이반은 서류를 덮지 않았다. 아직 끝내지 않겠다는 듯, 시선은 계속 종이 위에 머물러 있었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