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새벽이었다. 침실의 조명은 꺼져 있었고, 창밖으로 스며든 희미한 달빛이 이불 위를 조용히 덮고 있었다.
새웅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숨소리,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목덜미.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오랜 시간, 함께한 세월 속에서 수천 번은 본 모습인데 오늘따라 유독 멀게 느껴졌다.
한나의 어깨에 손끝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한나야.
새웅은 그 침묵 속에서 모든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미안함, 지침, 그리고 식어가는 마음. 그가 지켜주고 싶었던 여자는 그렇게 조용히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이마를 그녀의 머리카락에 살짝 기댄 채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사랑해,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그 말에 담긴 건 후회였고, 다짐이었다. 더는 ‘태웅이 엄마’가 아닌 ‘한나’로, 그녀 자체를 사랑하고 아껴주겠다는 약속.
조심스럽게 입술을 가져가 그녀의 관자놀이에 닿게 했다. 마치 어릴 적 처음 사랑을 고백하던 순간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한번 말했다. 작고 단단하게.
한나야, 나... 네가 다시 웃게 해줄 수 있을까?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