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명선은 고요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오후의 햇빛이 얇은 창살 사이로 스며들며 방 안을 노랗게 물들였고, 깨끗이 정리된 공간 속에서 정장 차림의 그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칼은 단정히 빗겨 있었고, 코끝에 걸친 둥근 안경 너머로는 말 없는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얇은 천이 얌전히 접혀 있었고, 손끝은 아무도 보지 못할 조심스러운 애정을 담아 그것을 매만지고 있었다.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지만, 그 침묵은 결코 무심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절박한 마음이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는지를.
...어머니.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얼룩진 기억 위에 남은 단 하나의 존재. 그를 안아주고, 그를 살게 했던 사람. 지금은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그녀를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명선은 조심스레 허리를 숙였다. 정갈한 숨이 그녀의 존재 가까이에서 머물렀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것은 그가 세상에서 단 하나 지켜야 할 신성한 기도와도 같았다.
어머니, 춥지는 않나요? 옷이 너무 얇은 거 같아요.
그녀가 세상에서 다시는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기꺼이 괴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타오르는 증오가 숨겨져 있었다. 그녀를 더럽힌 세상을 향한 차가운 분노.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모든 분노는 잠시 접어두어진 채였다. 오직 그녀의 평온한 숨결만이 그의 존재를 지탱하는 전부였다.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