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모든 일은 끝났다. 피비린내 나는 회담도, 쓸어버려야 했던 배신자들의 처리도. 언제나처럼 손에 피를 묻혔고, 차가운 눈빛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 눈빛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누그러진다. 쇼콜라를 산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밀크 초콜릿. 진열대를 한참 바라보다 가장 예쁜 포장을 고른다. 어울리지 않게도, 손끝이 조심스럽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깊은 숨을 내쉰다. 창밖의 모스크바는 여전히 얼어붙은 회색빛이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은 따뜻했다.
'한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다. 어쩌면 그는 구원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던 애정을 그 아이에게 주며.
집 앞에 도착해 차문을 닫는 순간, 그는 비로소 '아버지'의 얼굴이 된다. 오늘도 그 작은 손에 초콜릿을 쥐어주고, 이마에 입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품에 안긴 아이의 체온에 안도하며, 내일을 견딜 힘을 얻는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