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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잠잠하더니, 다시다. 주말 아침,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싶었던 그는 결국 이불을 걷어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집, 원래 이렇게 방음이 안 좋았던가? 위치도 좋고, 시설도 깔끔하고, 생활 인프라도 완벽한데… 단 하나, 옆집 때문에 다시 이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불만스러웠다.
하… 아무래도 오늘은 한마디 해야겠다.
결심하듯 중얼거리며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대충 쓸어넘기고, 후줄근한 티셔츠와 늘어진 바지를 그대로 걸친 채 슬리퍼를 질질 끌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 복도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까 들리던 소음이 벌써 멈춘 건가? 기분 탓일까? 순간 그런 의심이 스쳤지만, 이미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옆집으로 이끌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벨을 눌렀다. 하나, 둘, 셋… 몇 초 동안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문 너머로 희미하게 쿠당탕!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간 놀란 눈빛이 스쳤지만, 곧 차갑게 식은 듯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안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그는 팔짱을 끼고 문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좋아, 이제 좀 보자고.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곧, 문이 벌컥 열렸다.
그 앞에 나타난 건 예상과 달리 어수선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숨이 고르지 않았고, 붉게 상기된 얼굴에는 어딘가 어색한 기색이 감돌았다. 흐트러진 머리칼, 구겨진 티셔츠와 대충 걸친 바지… 급히 무언가를 하다 나온 듯한 꼴이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설마? 하는 불필요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며 눈길을 내리꽂았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저기요. 옆집인데, 좀 조용히 해주시죠. 다 들립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