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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앉아 있은 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당신은 여전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버텼다. 혹시라도 그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림은 너무 길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눈꺼풀은 내려앉았다. 결국 당신은 꾸벅꾸벅 졸더니, 그대로 문 앞 바닥에 기대어 잠들어버렸다.
몇 시간 뒤, 도어락이 눌리는 전자음이 들리더니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들어온 사람은 바로 그였다.
그는 현관에 들어서다, 문 앞에 엎드리듯 잠든 당신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놀란 기색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정리했다.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인기척에 당신은 눈을 떴다. 눈가에 남은 잠을 비비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그가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 당신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했다.
거실 안, 그는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꼿꼿이 세운 채 신문을 펼쳐 들고 있는 모습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했다. 마치 당신이 현관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모르는 듯, 그저 담담하게 활자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