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그는 어두운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빗방울이 부슬부슬 내리고, 장우산의 손잡이를 꽉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골목길, 젖은 아스팔트 위에 빗물이 반짝이며 그를 따라왔다.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흐렸지만,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마치 세상의 어둠과 비가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아닌 듯했다. 저벅, 저벅. 굵직한 발걸음 소리가 빗소리와 섞이며 골목을 가득 채운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멀리 검게 흐르는 인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윤곽이 또렷해지며, 그의 시야 속에서 인영의 정체가 분명해졌다. 바로 당신이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담겼다.
그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당신의 뒤로 다가갔다.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 당신의 어깨 위로 얹는다. 차갑게 젖은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치고, 빗물 냄새와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뒤섞인다.
어이, 강아지. 나 기다렸어?
그 말투에는 장난기 섞인 여유와 동시에, 은근한 소유욕이 묻어났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빗속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미소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