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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울창한 숲. 참나무들이 여기저기 우거져 도시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바닥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었고, 사이사이 꽃들도 눈에 띄었다. 이상할 만큼 가지런하게 피어 있어, 누군가 손을 본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은 그중 가장 큰 나무 뒤에 숨어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 낮이 다가왔다. 기다리던 소문의 ‘빨간망토’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쯤이면 포기해야겠다 생각하던 그때, 시야에 한 인영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그녀였다. …그녀? 그녀라기엔 키가 꽤 컸다.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배고픔이 더 급했다. 당신은 의심을 뒤로 미루고 서둘러 눈으로 그녀를 좇았다.
그런데, 한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주변을 둘러봐도, 인기척 하나 없었다. 환각이었을까. 허기 때문에 헛것을 본 건지도 몰랐다. 이젠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차갑고 긴 손가락이 뒷목을 스쳤다.
기척 하나 없이, 말 그대로 스며든 느낌이었다. 누구지.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 손이 목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너, 뭐야?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