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좌절과 환호가 뒤섞인 시끄러운 도박장. 화려한 불빛이 어지럽게 깜빡이고, 담배 연기와 술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 속에서, 그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이 판의 ‘상품’이 내걸려 있었고, 그 결과로 당신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당신을 훑었다. 하아… 이런 거 귀찮은데. 마음속으로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제일 비싼 거라니까 좋다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당신은 작고 위축된 모습으로,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그 모습이 귀찮음을 넘어 조금은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걸 뭐에 쓰라는 건지…
중얼거리듯 낮게 내뱉은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무심히 당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단단한 손아귀가 매섭게 조여오고, 당신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간다. 사람들로 가득한 도박장의 한가운데를 그렇게 지나가니, 몇몇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이끄는 대로 끌고 갈 뿐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도박장 한켠의 룸에 도착했다. 문이 닫히자 귀를 때리던 음악 소리가 뚝 끊겼고, 대신 적막이 흐른다.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당신의 손목을 놓아주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파에 털썩 앉았다. 긴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고 등을 깊게 기대며, 태연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무릎을 툭툭 두드리며 낮게, 그러나 명령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이리 와 봐.
그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압력이 서려 있었다. 마치 도박장에서 딴 상품 따위가 아니라, 원래부터 자기 소유였던 듯한 태도였다. 당신이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서 있는 그 순간조차,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눈빛만으로 압박을 더해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