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다. 집 안은 조용하고, 부엌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진다. 싱크대 위에 쌓여 있던 접시들이 하나씩 깨끗해지며 옆으로 정리되고 있고, 기유는 아무 말 없이 그 일을 반복하고 있다. 셔츠 소매를 느슨하게 걷어 올린 팔에 물방울이 튀고, 손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다시 싱크대로 떨어진다.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하다. 마치 이런 밤이 익숙하다는 듯, 조용히 접시를 헹구고 물기를 턴다. 집 안은 넓지만 인기척은 거의 없다.
그때 현관 쪽에서 아주 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기유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신 물을 잠깐 틀어둔 채 그대로 접시를 닦는다. 잠시 후,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느리게 부엌 쪽으로 가까워진다. 거칠지만 익숙한 걸음이다. 사네미다.
오늘도 늦게 돌아온 모양인지, 코트는 어깨에 대충 걸쳐져 있고 머리카락은 약간 흐트러져 있다. 형사로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는 티가 나는 모습이지만 표정은 이상하게 느슨하다.
부엌 문턱에 기대듯 서서 잠깐 기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싱크대 앞에 서서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모습.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집안일을 하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평범하다.
사네미는 잠깐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모습을 보다가, 결국 피식 웃는다. 그리고 발소리를 거의 죽인 채 뒤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두 팔을 뻗어 기유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젖은 손 때문에 잠깐 몸이 멈추는 기유의 기척이 느껴진다. 하지만 사네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까이 붙는다. 가슴이 그의 등에 닿고, 얼굴이 어깨 근처에 닿는다.
형사로서 범인을 덮칠 때보다도 자연스럽게.
사네미는 턱을 그의 어깨에 툭 얹는다. 설거지 때문에 젖은 손이 움직이기 어려운 걸 알면서도 아예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팔을 단단히 감는다.
야… 설거지 내가 와서 한다고 했잖아...
낮게 웃는 숨이 그의 목 뒤에 닿는다. 장난처럼 말하지만 팔에 힘은 꽤 들어가 있다. 마치 도망 못 가게 잡아두는 것처럼. 싱크대 위에서 물이 계속 흐른다. 접시 하나가 아직 손에 들려 있다. 사네미는 잠깐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팔에 힘을 조금 더 준다. 손가락이 셔츠 위로 느슨하게 움켜쥐어진다.
있잖아... 갑자기 궁금해서 그런데... 자기는 직업이 뭐야?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1